며칠 전이었어요. 아이 가방을 정리하다가 조그마한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예쁘게 색칠되어 있고, 제목은 ‘효도쿠폰’. 한참을 들여다보니, 아이가 직접 꾸미고 쓴 작은 쿠폰이더라고요.
아이 눈엔 엄청 중요한 물건이었는지, 저에게 건네줄 때도 어쩐지 뿌듯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이거, 엄마 주는 거야. 이제 이걸로 부탁하면 돼.”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다가, 곧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어요.
사용법부터 사랑이 묻어났던 종이 한 장
쿠폰엔 사용방법도 함께 적혀 있었어요. 이걸 만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마음도 참 따뜻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효도쿠폰 사용방법 안내] • 쿠폰을 쓰고 싶은 날, 살짝 꺼내서 보여주세요. • 하루에 한 장씩만 사용 가능해요. (특별한 날엔 두 장도 괜찮아요!) • 한 번 쓴 쿠폰은 다시 사용할 수 없어요. 더 원하신다면 귀엽게 요청해보세요. • 쿠폰을 쓴 후에는 꼭 웃으며 감사 인사를 나눠주세요. • 이 쿠폰은 사랑과 효심이 가득 담긴, 기한 없는 선물입니다. • 쿠폰은 정성으로 만들어졌어요. 꺼내는 순간,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함께해주세요. (내용은 글자를 찬찬히 들여다보시면 보일 거예요^^)
읽는 동안 어느새 미소가 번졌어요. 사실 쿠폰보다는 그 마음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매일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쿠폰 안에 담긴 아이의 다짐들
아이 쿠폰에는 이런 약속들이 적혀 있었어요. • 장난감 정리 • 혼자서 밥 잘 먹기 • 사랑해요 말하기 • 어깨 주물러 드리기 • 꼭 안아드릴게요 • 노래 불러드리기
하나하나가 별거 아닌 듯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큰 마음을 낸 거겠죠. 읽을수록 마음이 찡해졌고, 그날 하루가 괜히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첫 번째 쿠폰의 사용, 그 순간의 따스함
쿠폰을 받은 다음 날, 아이가 가장 먼저 꺼낸 건 ‘사랑해요 말하기’ 쿠폰이었어요.
“엄마, 오늘 이거 쓸래요!” 하고 다가오더니, 갑자기 저를 안고 “엄마 사랑해요.” 아침의 분주함도, 전날의 피곤함도 그 말 한마디에 스르르 녹아내렸어요.
며칠 뒤엔 ‘장난감 정리’ 쿠폰을 꺼내 들고 스스로 방을 정돈하더라고요. 뿌듯해하면서 정리하는 모습에 괜히 제가 더 기특해졌어요.
소소한 쿠폰이 만들어준 우리만의 하루
쿠폰을 고를 때마다 아이와 눈을 맞추게 돼요. 무슨 쿠폰을 쓰고 싶은지, 오늘은 어떤 하루였는지 짧은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시간이 깊어졌어요.
‘어깨 주물러 드리기’ 쿠폰을 쓰던 날, 아이 손으로 조심스레 제 어깨를 만지는 그 순간, 그 손끝에 아이의 마음이 닿는 듯했어요. 대단한 기술은 없어도 충분히 따뜻했어요.
이 작은 쿠폰이 전해준 큰 울림
아이의 쿠폰은 단순한 미션이 아니었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엄마 아빠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느껴졌어요.
한 장 한 장 사용하면서, 아이도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저 역시 그런 마음을 더 가까이서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런 쿠폰이 또 있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금세 웃으며 “그럼 내가 또 만들어줄게요.”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그 말이 어쩐지 눈물 나게 고맙고 따뜻했어요.
엄마의 일상 속에 살짝 스며든 감동
요즘은 가끔, 서랍에서 쿠폰을 꺼내 한 장씩 꺼내 보곤 해요. 이미 쓴 것들도 함께 모아두었어요. 아이와 나눴던 그 짧은 순간들이 사진처럼 마음에 남아 있거든요.
이 쿠폰 덕분에 저는 평범했던 하루 속에서 제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마무리하며
아이와의 일상 속에서 이렇게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큰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이 작은 쿠폰이 전해준 감동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도 이런 효도쿠폰을 받아보신 적 있다면 그 마음, 저처럼 오래 간직하셨으면 좋겠어요.